나의 이야기

[스크랩] 수통골 번개

안골청량 2012. 9. 25. 19:47

 

매월 실시하는 초등학교 동창회 산행 모임이 9월 23일로 잡혀 있었는데,

취소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진호 혼삿집에서 친구들을 만나 보니

갈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다. 추석 바로 밑이라서 모두들 바쁜 모양이다.

 

토요일 늦은 오후, 저녁을 혼자 보낼 생각을 하니 해가 서산에 지기도 전에

쓸쓸함이 지레 찾아와 텅 빈 집의 구석구석에 하얗게 쌓인다. 

 

달리 방법이 없다. 부랴부랴 가까이 있는 친구들을 호출하는 수밖에 ~

집에서 TV 채널 돌리거나, 길다란 그림자를 길거리에 드리우고 있을 같은 처지의

동포들, 그들이 교토삼굴(狡兎三窟)중의 하나로, 요긴한 내 피난처가 아니던가.  

 

초등학교 산행 대신, 토요일 저녁에 급히 소집한 일요일의 수통골 번개,

예상 외로 8명이나 됐다. 처음 나와준 정희 형과 만재 동생이 고마웠다.

집에 우두커니 TV에 매달리거나, 뒹굴거리는 것보다 친구들과 산에서 땀 흘리고

친숙한 곳에서 호쾌하게 소주 몇 잔 기울이며 껄껄거리는 흥취,

 

흠뻑 땀에 젖도록 산에 오르지 않으면,

소슬한 바람에 속을 다 비워내고

새 푸대에 새 술 담는 그 찌릿한 맛을 어찌 알 것인가? 

 

 

 

 

 

 

<갸륵하고 의젓한 장딱>

 

"어른들이 올라서면 젊은 애들은 얼른 일어설 일이지, 멀뚱거리고 바라만 보고 있는거여,

자네들 어느 학교 나왔어?"

 

장딱이 버스에 오르며, 자리에 앉아 있는 지노와 나에게 싱거운 소리를 한다. 

같이 오른 청량이 덩달아 한 마디 거든다.

"어른이라서 자리 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노약자라서 한 말씀 하시는 거여."

 

내가 머뭇거리며 자리를 권하자 굳이 사앙하며 버스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짱딱,

늘 의젓한 모습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대견하고, 미더워 보인다.

어른을 알아보는 게, 소견이 트여 있어 기특하기도 하다.

 

 

 

길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차량들,

산속에 주인들이 땀흘리러 들어간 사이에 차들이 쉬고 있다.

기왕이면 집에서 푹 쉬도록 하면 더 좋을텐데...

굳이 이곳까지 차를 몰고 오는 심사는 왜일까?

 

 

 

최근 두 번의 태풍으로 인하여 큰 물이 지나가며 하천이 깊게 파인 것일까?

무성하던 풀들이 어디론가 쓸려나가고 흙과 자갈이 허옇게 드러나 있다.

큰일 치르고 난 사람들의 가슴 속도 아마 이렇게 아프게 파이겠지...

 

 

 

 

 

 

 

조금 늦는 정희 형을 기다리는 토막 시간을 이용하여,

일본어 회화책에 눈이 꽂혀 있는 청량 대장,

수요 산행을 이끌며, 놀랍게도 일년 내내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단다.

우직하고 신실하여 성품이 그야말로 모범 그 자체다.

 

 

 

다시 돌아온 엿장수,

얼마 전에 엿장수 리어카에 <철거딱지>가 붙어 있어서 가슴이 쓰렸었는데,

가위 소리가 저멀리로부터 철커덕 철커덕~ 엿장수가 돌아온 게 왠지 반가웠다.  

길다란 엿을 잘게 쪼개놓으며 치는 장단소리,

흐트러지고 희미해져 가는 우리 삶의 리듬을 다잡아

기력을 붇돋아 주기라도 하는 듯 산에 울리는 쇠소리가 옹골차다.

 

 

 

 

 

 

지노가 아침을 못 먹었단다.

덕분에 옆에 있던 장딱이 덩달아 포식하고,

안당도 사양하는 듯 하더니, 막걸리 두 잔이나 들더군.

난, 청량이 내놓은 호박 고구마 반 토막에 딱 반 잔만 했다.

배부르면 산 오를 때 힘들것 같아서,

 

 

 

900만원 짜리 산악 전용 자전거, 들어보니 무척이나 가벼웠다.

식장산에 20분이면 오르고, 뒤로 넘어지지 않을 경사면이면 어디든지 오른단다.

3단이 아니라, 30단 기어란다. 헉~!

 

 

 

산길은 일행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숨이 차도 끝까지 오르게 된다.

 

 

 

 

 

 

장황한 이야기도 필요없다. 

부연 설명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옆에 놓인 물병 하나, 목을 축이는데 그것이면 충분하다. 

단순하고, 정숙한 뒷모습처럼 묵언 만이 참 이치의 길로 통하는가 보다.

 

 

 

 

 

 

나무, 그림자 그리고 물 ~ 삼형제

외로운 사람이 산을 찾으면 여럿 형제가 되어,

도란도란 오붓하다네.

 

 

 

지노가 물고기들에게 육포를 찢어 던져주었다.

자기 선조들의 으깨어진 살과 뼈를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들 모습에 월암이 심상치 않다. 

뭔가  깨달음이 찡~ 하고 스쳤던 것일까?

 

 

 

좋은 이웃 풀잎새와 사마귀. 

 

 

 

숨막히는 사다리 타기,

보기좋게 내가 제일 큰 20,000짜리에 첫번째로 당첨,

은경 할머니가 줄 두 개를 긋고 나더니....,

볼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 주던 그 손길이 이렇게 매서울 줄이야~!

 

 

 

 

 

 

오누이 처럼 닮은, 다정한 사이.

월암에게 사다리 타기 <공짜>를 안겨주고......

뭔가 둘이 사전에 담합이 있었던 것인가?  수ㅡ상쩍네.

 

 

 

자상하고 친절한 금자씨 ~

세들어 사는 사람에게 잘 대해 줄 성싶다.

 

 

 

 

 

 

 

 

 

 

 

 

 

 

 

 

 

출처 : 집으로 가는 길
글쓴이 : 석정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구리쉼터  (0) 2012.10.13
강릉 경포,정동진  (0) 2012.10.03
2012922 상월,수통골  (0) 2012.09.22
2012907 청양구기자,고추 축제  (0) 2012.09.08
목포,삼학도,갓바위  (0) 201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