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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우 6월 정기산행일,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니 비가 꽤 내린다.
등산에는 방해가 되지만 매우 반갑고 고맙다.
논밭이 타들어가고 덩달아
사람들 마음도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해진 일정은 아무리 비나 눈이 오더라도
취소되지 않고 집결 장소로 나가야 하는 규칙대로
건각들이 도마동 교육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날궂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산을 받쳐들고 배낭을 메고 있으니
눈에 금방 띈다.
벌곡 지나 수락계곡으로 가기로 햇던 계획을 변경하여
뿌리공원~보문산 사정공원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삐알진 길은 위험하므로 완만한 쪽을 택한 것이다.
312번 버스가 안내자처럼 금방 나타나
소풍가는 애들마냥
버스를 독찾이 하고 떠들어 대는 우리를
뿌리공원에 조용히 태워다 주었다.
귀한 자식이 크기도 전에 혹여 따먹힐까
밖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커다란 잎새들이 씨알들을 겹겹이 감추고 있다.
"여보게 무심 대사,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가?"
일생을 두고 한 자리를 꼬박 지키고 있는 장승,
모처럼 동문수학 하던 옛 친구가 그냥
아는 체도 없이 지나치자, 큰 소리로 부르고 있다.
가까이 가면 치열하지만,
먼 그림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멀리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내가 사는 집도 이만큼에서 새겨보아야 그리웁다.
멀리 떠나고, 높이 올라가 바라보는 것은
늘 가까이 있는 지겨운 것에 대해
정겨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세월은 가고 사진은 누렇게 남는다.
우린 사진을 통해 새로운 세월을 만들어 낸다.
"나와 친구하세"
키를 낮추어 눈높이를 함께 해주니
장승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장승을 이제껏 구경거리로만 보아주었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벗으로 가까이 다가가진 않은 것이다.
길가의 꽃은 자기가 꽃인줄을 모른다.
내가 꽃이라 불러줄 때,
비로소 그는 나의 사랑스런 꽃이 된다.
두 손이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이
삶은 관계 속에서 우러나는 향기다.
그대가 있으므로 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메르스.
사람도 차도, 공연장에도, 사람과의 관계도 모든 흐름을 가로막았다.
지금 이 시간이면 빼곡히 차가 들어차 있어야 할 동물원 주차장.
텅 비어 있는 공간에 적막감이 몰려와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떨어진다는 것은 쇠락의 길이 아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필연의 과정이다.
추락한다고 울지 마라.
탄생과 성장은 기존의 것을 모두 버림으로써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철망 속의 돌무더기,
바깥에 한 두개씩 널부러져 있으면
큰 쓰임새가 없을 돌이지만
이렇게 한데 모아놓으면,
그 효능이 전혀 달라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손자를 얻은 안당이 요즘
만면에 미소를 띄고 희희락락하다.
"음식점 그만 두면 집사람과 세계 일주 여행할 것이고,
난 이제까지 우리 마누라 외에는
다른 여자들한테 한눈 판 적이 절대로 없고,
오로지 한 여인만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기회가 되면 강사장님 한테 이런 진심을 꼭 전해 달란다.
마눌님과 같이 갈 거라며 나이트클럽 상품권을 챙겨 넣는 안당.
아직도 마나님한테 큰소리치며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가끔 꼬랑지를 내리고 있지만,
비가 그치니 맑은 공기 속에 풍광이 한결 산뜻하고
물기를 머금은 수목들이 생기가 더욱 발랄하다.
마리아님이 고맙게도 회원들을 위해
점심을 풍성하게 준비해 오셨다.
거무티티한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한떨기 꽃으로 늘 자리를 빛내 주셔서 고맙다.
초목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다만,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세상은 바라보는대로 그 모습을 나에게 보여줄 것이다.
"막내를 찾으세요"
모자를 푹 눌러쓴 낯선 남자가 난데없이 다가와
소리치며 주섬주섬 뭘 나눠준다.
"저녁에 놀러 오세요"
젊은 여자들을 오게 하기 위한 나이트클럽 판촉물인데,
글귀 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50세 이상은 사용불가"
50이 넘으면 여자 축에도 끼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하물며, 65세가 다 된 우리들은 입장 불가일테고,
세상에 발 붙일 곳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고연지고~
모자나 부착물에 의해 사람이 달라 보인다.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로 변신한 월암.
그런데 인상이 악발이가 아니라 너무 순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입만 살아난다고,
버스를 기다리며
떠드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난 이만큼 물러났다.
고등계 형사와
흑막에 가려져 있던 감찰관의 등장.
저 멀리 서산에 해가 저물어간다.
잠옷을 걸쳐 입고 뽀얗게 세수를 한 여인처럼
난 이만큼에서 그저 바라다 볼 뿐
정녕, 나는 정착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 위성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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